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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필창 댓글 0건 조회 1,639회 작성일 23-10-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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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어둑해지는 정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스텔라는 아직 심지 못한 씨앗이 떠올랐다. 아직 완전히 캄캄하지 않았지만 금방 어두워질 것이다. 씨앗을 심을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설렜다.

천천히 걸어 정원 끝까지 걸어갔을 때였다.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스텔라는 얼마 전 저에게서 당근과 파이를 얻어 갔던 기사임을 알아보고 잰걸음으로 다가갔다.

그가 타고 왔던 늙은 말도 함께였다. 이름이 벤이라고 했었지, 아마?

“로이스?”

주로 늦은 밤에 지친 상태로 왔었기에 지금 이 시간에 그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남자는 캄캄한 밤에 얼핏 봤던 것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자연스레 헝클어진 흑발과 짙은 갈색 눈동자, 곧게 뻗은 코와 적당히 붉은 입술까지 나무랄 데 없는 외모였다.

밤중에 봐서 잘 몰랐는데 로이스는 무척 잘생긴 얼굴이었다. 입고 있는 옷도 마냥 낡아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이야?”

스텔라의 질문에 로이스는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비어 있는 땅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제 당근은 전부 뽑은 겁니까?”

로이스는 질문으로 답했다.

“응. 전부 뽑았어.”

“그 많은 걸 전부요?”

스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스는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그의 얼굴을 면밀히 살피던 스텔라가 살짝 짓궂게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더 먹고 싶어서 온 거야?”

“아닙니다. 그런 거.”

고집부리는 벤을 데리고 밖에 나가려던 카이는 어느덧 캄캄해진 밭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공주를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공주는 지난번에 봤던 그 곡괭이도 들고 있었다.

도대체 이 밤중에 뭘 하려고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지금 뭘 하시려는 겁니까?”

“뭘 좀 심으려고.”

스텔라가 카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며 곡괭이를 땅에 푹 꽂았다. 해가 저문 밤에 여자 혼자, 날카로운 농기구를 들고 나와 땅을 파는 모습은 무척 괴기스러웠다.

카이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저도 모르게 스텔라 가까이 다가갔다.

스텔라는 곡괭이로 땅을 깊게 한 번 파낸 다음 주머니에서 꺼낸 동그란 씨앗을 심고 있었다.

혼자 하기엔 무척 고된 일처럼 보였다. 얻어먹은 것도 있고 하니 조금만 도와줄까 생각하며 카이가 다가가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그러겠나?”

스텔라가 기다렸다는 듯 얼굴에 화색을 띠며 물었다. 온라인홀덤 도와드리겠다 대답한 후 스텔라가 들고 있는 곡괭이를 받아 들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건 안 돼. 내가 할 거야. 자네는 내가 땅을 파면 씨앗을 심고 흙으로 덮어 주기만 하면 돼.”

“하지만 제가 그 곡괭이를 쥐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몸이 비실비실한 여자가 곡괭이로 땅을 파고 온몸에 근육뿐인 자신은 씨앗을 톡톡 던지는 일을 하고.

카이가 한 번 더 자신이 곡괭이를 들겠다 했으나 스텔라는 무척 완강했다.

도와준다고 한 말은 있어 하는 수 없이 카이는 땅에 쪼그리고 앉아 스텔라가 판 땅에 씨앗을 던져 넣기 시작했다.

“흙을 잘 덮어 줘야 해. 씨앗일 때 햇빛을 받으면 안 되는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