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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규혁 댓글 0건 조회 1,672회 작성일 23-08-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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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한종혁”

“알아보는 거야?”

“한종혁 98년생. 호계중학교, 평촌경영고 졸업. 뭐 더 말해 줄까?”

“…….”

태우의 말에 종혁이 입을 다물었다.

태우 역시 마찬가지.

그의 이력을 읊음으로써 자신의 이력 또한 읊은 거였으니까.

초등학교만 다를 뿐,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늘 함께였던 친구.

하지만 그와 동시, 여자 한 명 때문에 의리를 저버린 원수와도 같은 놈이다.

한땐 많이 원망했었다.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먼저 이야기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랄까?

한데.

한데…….

생각해보면 내가 제일 나쁜 놈이더라.

‘녀석이 다가오지 않으려 한 게 아니라, 내가 밀친 거니까.’

사고 이후, 모든 것을 잃었다는 좌절감에 가족, 연인, 친구 모두 근처에 두지 않았던 자신이었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건, 닫힌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빛뿐.

심지어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어둠에 숨어 지낼 수만 있다면 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런 주제에 원망은 무슨 원망.

태우는 일단 그 일은 제쳐두더라도 지금에서야 눈앞에 나타난 그 저의가 궁금했다.

“왜 말이 없어?”

“아니, 난 그냥……. 그냥 약속이었으니까.”

약속?

아.

태우는 그제야 이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였더라?

그래, 어릴 적 혈기에 취해 물불 안 가리던 시절.

그때였었다.

[만약에 말이다. 둘 중 먼저 성공한 놈 있으면, 지는 놈이 이긴 놈 팬미팅 찾아와 싸인 받아 가기다. 콜?]

[그래, 그러니까 꼭 성공하자고. 알겠냐, ?]

당시엔 그저 선의의 경쟁이나 하자고 했던 말이었는데.

스타베팅 것을 기억하는너도 참 대단하긴 대단하다.

그렇게 추억에 빠진 태우가 잠시 말없이 서 있었을 때.

고개 숙인 종혁이 슬쩍 눈치 보며 입을 열었다.

“많이 불편하면 그냥 갈게.”

“…….”

불편하다라.

뭐 예전이었으면 불편했겠지.

하나 이젠 아니다.

지금 나에게 과거의 어리숙함 따윈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었냐?”

“어?”

“힘들었냐고. 그동안.”

“…….”

태우의 말에 종혁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힘들었냐라.

종혁은 일전에 알바 끝나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최승현 PD가 떠올랐다.

인터뷰를 나누며 대화 도중 도망친 자신.

그리고 그것은 밴드 오브 코리아 홍보 영상에 여지없이 흘러나왔다.

솔직히 그때 심정은 말할 것도 없이 비참했었는데.

그때 친구를 배신하겠다는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최소한 이토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사는 삶 따윈 살지 않았을 텐데.

그게 너무 한스러운 종혁이었다.

“태우야! 내가 진짜……!”

“타라.”

“어, 어?”

“타라고.”

그 말과 함께 태우가 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밖에서 우물쭈물하는 종혁이었는데.

그렇게 종혁이 망설일 때, 태우가 보조석 창문을 열며 한마디 보탰다.

“엄마가 그러더라 나보고 맨날 탕자라고. 그런데 웃긴 게 뭔 줄 아냐?”

“…….”

“그 탕자 새끼가 올 때마다 맛있는 거 잔뜩 차려 주더라고.”

그래, 받으면 받을수록 미안함이 더 커지더니 끝내는 잘못을 반성하게 되더라.

너도.

너도 꼭 그러길 바란다, 종혁아.

“쓸데없는 소리가 늘었네. 언능 타라. 오늘은 제대로 한 턱 얻어 마셔야겠으니까.”

그렇게 10대 때 잠시 끊어졌던 청춘은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